너스레

엄마는?

횡재수 2008. 8. 26. 14:53

내 기억 속에 엄마는 너무 가엾다.

돌아가셨지만 별로 생각도 안나고 그리 보고 싶지도 않다.

특별히 나쁜 기억도 없지만... 왜 돌아가셨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내 첫 가출은 6 살 때로 기억한다.

나에겐 3살 차이나는 누나가 있는데 사실 가장 나이차이가 안나서 친구처럼

아침부터 눈뜨면 아웅다웅 하는게 일이다.

 

엄마가 8 남매와 조부모를 모셨기에 우리집 아궁이에 가마솥은 꽤 크다.

쌀 한가마로는 보름을 못넘기는....

그당시 과자도 그리 종류도 많지 않았고 흔하지도 않은 시절이니

가마솥에 누룽지는 정말 최고의 과자로 각인 되었다.

사카린이나 설탕, 당원 등을 곱게 빻아서 손가락으로 누룽지 위에 살살  뿌려주면

그야말로 환상적인 누룽지가 탄생한다.

 

여느 때와 같이 누나랑 군불을 뒤집고 놀며 누룽지가 빨리 되기를 바랬지만

기대와는 달리 누룽지는 조금 밖에 안나왔다. 엄마의 밥짓는 기술이 일취월장의 단계인가??

우린 사실 누룽지가 많이 나오게 군불의 세기를 엄마 몰래 조절하곤 했다.

그러나 이게 뭔 일??? 누룽지는 정말 조금 밖에 없고 그것을 더 많이 차지하기 위해

각축전을 벌이지만 주걱은 늘 엄마의 손에 있다는게 문제다.

 

엄마가 두 덩어리를 만들어 각자에게 주신다.

아니 이게 뭐야? 어린 내가 보기에도 누나의 것이 비교도 안될 만큼 크다!!!!!!!!

참고로 우리 집은 딸이 귀하다.-_-;

아들 많은 집에 막내 아들은 별 볼일 없는 맨날 형들 심부름이나 하고 뒤치닥 거리 한다.

난 엄마에게 강하게 달구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항의했다.

"으아앙~ 누나 건 큰 데 왜 내껀 요만해에에에에~~~"

몇 번 엄마는 나를 달래시다가 갑자기 멈추시고는 아궁이에 있던 시뻘겋게 불이 붙은 부지깽이로

콤보를 날리셨다. 난 도망을 치며 약 200여 미터를 그렇게 맞은 거다.

엄마도 끈기와 오기가 있는 분이셔서 �아오면서 패는데 나이가 어려 다리에 린치가 짧아

때리는 족족 다 맞는거다 >.< 내 설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 날 밤... 난 애기 때부터 잠잘 때 놓지 않던 담요를 소중히 들고 가출을 했다.

그 시기가 시월 말로 기억된다. 이미 논에는 추수가 다 끝나고 "집가리"라고 부르는

탈곡이 끝난 볏단을 집처럼 쌓아둔 곳에 구멍을 파고 그 안에 둥지를 틀었다.

 

우리 동네엔 과수원이 많다. 이시기엔 출하하고 남은 과일을 과일 창고에 저장하는데

배고픈 내가 먹을 수 있는건 그게 전부다. 그렇게 일주일을 버티고

그래도 자존심이랍시고 낮에는 들어 갈수가 없어서 8시 쯤에 집에 기어 들어가는데...

전깃불도 흔하지 않던 시절... 이 시간엔 우리 집은 모두 잔다. 그래서 형제가 많은게 아닌가 싶다.

내 방이란 건 없다. 아빠, 엄마, 나, 누나가 한방에서 잤다.

난 조용히 내자리에 가서 슬며시 누웠는데 엄마가 갑자기 말도 없이 나를 꼬옥 안으신다. ㅜ.ㅜ

왈칵 눈물이 나는데... 우리 집은 내가 울다가 걸리면 형들한테 다구리 당한다. 꺽꺽 거리며 울었다.

 

엄마는 날 찾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사실 형제가 많다보니 위에 형들이 먼저 선수 친 수법을 내가 한거다.

그러다 보니 엄마는 수법을 일일히 파악하고 있었던 거고 크게 신경도 안쓴다.

 

초등학교 입학 때 난 큰 누나의 손에 이끌려 조카와 함께 학교에 입학했다.

조카는 큰 누나의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이다 보니 온갖 신경을 다 써준다.

하지만 난 모든 걸 형제에게 물려 받는거다. 이게 좋은건지 나쁜건지....;;;

 

나에게 엄마는 밥!! 돈!! 이걸로만 기억이 된다.

엄마~ 밥~!~!~ 엄마~ 도온~!!

그래서 밥을 볼 때 엄마가 생각 나고 돈을 볼 때도 엄마가 생각 난다.

엄마와 많은 대화도 못했지만, 아니 안했지만 엄마는 늘 옆에 살아 계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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